대표적인 한국전 참전유공자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이 향년 96세를 일기로 9일 별세했다.
지난해 서울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웨버 예비역 대령과 카투사였던 김재세 예비역 하사의 편지가 낭독되고 있다.
웨버 대령은 잊혀진 전쟁으로 취급받던 한국 전쟁을 미국 내에서 되살리기 위해 헌신한 한미동맹의 상징이었다. 수많은 한국전쟁 관련 행사에 빠짐 없이 참석해 휠체어에 앉은 한 손으로 때로는 국기를 향해, 한국의 노병들과 동료들을 향해 경례하던 모습을 워싱턴 한인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웨버 대령은 힌국전쟁 당시 미육군 187 공수부대 소속 대위로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다. 그러나 원주 전투에 중대장으로 참전 중 수류탄 공격에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목숨이 위태롭던 상황에도 중대를 지휘해 고지 점령 임무를 완수한 웨버 대령은 1년간의 치료 끝에 팔 다리를 잃은 채로 현역에 복귀했다.
웨버 대령은 생전, 당시를 회고하며 “팔·다리를 잃었지만 진통제를 너무 맞아 아픈 줄도 몰랐다”고 농담처럼 주변에 이야기 하곤 했다.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을 맡은 웨버 대령은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각인된 한국 전쟁을 미국민들에게 다시 알리고,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단결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크게 노력했다.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명물이 된 19인 용사상 의 마지막 대열에 선 군인의 모델이기도 한 웨버 대령은 미국 정부에 대한 로비로 이같은 동상의 제작을 관철시켰으며, 오는 7월 완공 예정인 한국전쟁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
였다.
지난해 웨버 대령은 한국의 현충일 추념식에 영상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웨버 대령은 영상 편지에서 아리랑 의 첫 대목을 노래한 뒤 “대한민국 국군 전우 여러분. 한국전, 그리고 이후 자유시민으로서 지속된 전우애에 깊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전에서 한국 장병들과 친분을 맺고 함께 싸우고 슬프게도 그들이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 지켜봤다”고 떠올리며 “함께 복무한 카투사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은 많은 국가의 국민들을 돕기 위해 참전해왔지만, 우리에게 가장 깊은 감사를 전한 분들은 한국인”이라며 양 국민은 형제·자매가 됐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같이 갑시다”라고 했다.
재향군인회 미동부지회 김인철 회장은 웨버 대령의 별세 소식에 아버지 임종소식을 들은 자식처럼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 분의 노력 없이는 오늘날 참전유공자들을 위한 각종 사업도 없었고, 위상도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팔 다리를 잃는 고통을 겪으며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헌신했던 웨버 대령을 우리 모두 잊지 말고 기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정을 마치고 이날 한국으로 떠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은 웨버 예비역 대령의 별세 소식에 대해 “별세 직전 표세우전 주미국방무관이 위문 방문했으며, 미망인에게 별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