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래 최악의 인플레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 경제. 한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인마켓 장바구니 물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본보는 지난 1년간 10개 주요 마켓 품목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국 식료품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9.4%오른 가운데, 한인 마켓 주요 품목들의 가격은 지난 1년간 9~100%까지, 지난 3년간을 종합하면 16~200%까지 거침없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경우, 평균 장바구니 비용부담 증가폭은 30~40%가 넘는다.
이번 한인 마켓 물가 상승률 조사는 한인들이 선호하는 쌀, 계란, 두부, 된장, 파, 삼겹살, 양념 LA갈비, 소주, 라면, 과자 등 10개 식품의 이달 한인마켓 신문광고 가격을 기준으로 2021년,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가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지난해 5월 가격과 비교한 결과 세 자릿 수 증가율을 보인 것은 계란으로 무려 100.33%나 올랐다. 그 뒤를 이어 라면과 과자(50.13%), 쌀(40.04%), 두부(40%), 파(25%), 양념 LA갈비(18.2%), 소주(16.72%), 된장(14.31%), 삼겹살(9.11%) 순으로 나타났다.
2019년 5월 식품 가격과의 비교에서는 더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식품은 역시 계란으로 201.01%였고 삼겹살·라면·과자 100.33%, 파가 150%나 올랐다. 이어 두부(90.91%), 된장(60.12%), 쌀(55.62%), 양념 LA갈비(36.88%), 소주(16.72%)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가운데, 한인들은 장보는 횟수와 종류를 줄이면서 인플레에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수개월 전만 해도 주차할 자리가 없었던 대형 한인마켓의 한인 손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급등하면서 일주일 2~3번 장보는 횟수를 1회로 줄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세일 품목이나 필수 식품 위주로 장을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한인마켓 세일 품목이나 세일 폭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한 한인 고객은 “팬데믹 이전에는 주말에 기획상품이나 특가 세일 상품이 많았지만, 올해 들어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가 상품인 경우 유통기한이 짧은 경우가 많
다”고 지적했다.
한 마켓 업계 관계자는 “식품 제조 업체 및 유통업체가 항목을 돌아가며 계속 가격 인상을 해서 세일 행사 제품을 내놓기 힘들다”며 “지난해 물류대란 초기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가 인상해도 소비자 가격을 거의 올리지 않았지만, 올해 초부터는 바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이 한인들에게 미치는 여파는 장보기에만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식당협회(NRA)에 따르면 4월 평균 음식 가격은 1년 전보다 7.2% 상승해 1981년 이후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음식 가격이 치솟자 외식을 줄이면서 한인 타운 내 대부분 식당은 5월 마더스데이 대목에도 북적거리지않았다.
7월 또다시 임금인상 시행과 지속적인 식자재 가격 인상에 대처하기 위해 식당들이 빠르면 6월에 음식 가격을 올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 식당 업주는 “18개월 전 40파운드 닭 날개 가격이 85달러였지만 지금은 150달러”라며 “식용유와 밀가루 비용도 지난 5개월 동안 2배로 늘어 메뉴 가격을 올리거나 없애는 것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식자재 비용이 치솟자 홀세일 식품업체를 통하지 않고 도매시장에서 직접 구입해 비용을 절약하려 안간힘을 쏟는 한인 업주도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과 식당업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비료 부족, 가뭄, 악천후, 조류 인플루엔자 등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농산물, 육류 및 기타 식품 공급이 줄어 가격 상승이 수개월 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