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시기상조
김은정 기자
시기상조는 영어로 표현하자면 ‘Too early to tell’ 정도가 될 것이다.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가감없는 표현이다. 코비드-19 팬데믹 상황이 일 년을 넘기며 지속되고 있는데도, 일상과 밀접한 수많은 것들에 대해 논하는 것은 여전히 시기상조다. 역사이래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비교 값이나 예상치의 정확도가 떨어져 ‘그럴 것이다’ 혹은 ‘그럴 수도 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작년 초 시애틀의 한 너싱홈에서부터 시작된 집단 발열, 입원, 사망의 충격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가까운 뉴욕시의 참담했던 상황도 텅 비어 유령도시 같던 거리 사진을 통해 모두의 뇌리에 각인됐다.
하지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맞닥뜨린 초유의 상황 때문에 우왕좌왕하던 팬데믹 초기의 마스크 대란과 그로서리 사재기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대부분 희미해졌다.
이 두 가지는 대중이 공유하는 감정 중 ‘공포’를 자극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쁜 기억은 빨리 잊고 싶은 법이다.
생존에 대한 공포를 이기기 위해 손쉽게 택하는 것은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심리다. 세정 티슈, 휴지, 소독제를 싹쓸이해 비싼 값에 되팔던 사람이 경찰에 체포되고 인류의 적으로 낙인찍히는 웃지 못할 촌극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졌다.
오죽하면 대형 마트들은 재빠르게 물건을 낚아챌 수 없는 시니어들을 위해 따로 ‘시니어 쇼핑’ 시간을 배정하기도 했다.
모두가 제각각 원하는 대로 행동했고, 정부는 전례없이 강한 규제를 강행했다. 펜데믹이 아니었다면 말도 안 될 제제들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지칠 대로 지쳤고, 정신적 스트레스의 한계점에 도달했다.
지금은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마스크는 의료용을 제외하곤 미국 내 수요가 거의 없는 제품이었다.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얼굴을 다 가리는 ‘가면’이 추천되던 때가 불과 일년 전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다.
팬데믹 초기에 연방 질병관리센터는 ‘마스크’는 일반인에겐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불과 몇 주 만에 ‘집에서 만들어서 써라’로 바뀌었다. 지금은 포괄적인 백신 접종이 이뤄져도 당분간 마스크는 벗기 어렵다고 말한다.
백신은 치료제가 아니다. 바이러스와 싸울 면역력을 키워주는 ‘도우미’다.
백신을 맞고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사람도 있을텐데 항체 검사에 관해선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백신을 맞은 모든 사람이 항체 검사를 받을 현실적인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마스크 때와 같은 패턴인 느낌이 드는 것은 예민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시민은 정부 또는 전문 기관이 하는 말들에 대해 조금쯤은 더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거짓말 혹은 회유책이라고 의심부터 하고 보자는 것은 아니다. 불안한 나머지 정부 인사가 하는 ‘어떤’ 말이든 일단 믿고 보는 태도를 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난무하는 뉴스와 소문에 대해서도 가려 듣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습관이 꼭 필요하다.
백신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접종 대상자 단계는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순위였는데도 접종받지 못한 사람들의 불평이 예상된다.
교사들의 백신 접종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대면 수업은 3월 1일부터 재개하라고 주문됐다. 교원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주의회 회기가 시작됨에 따라 비상사태 종료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렌트비와 유틸리티비가 밀린 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산적한 문제들이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누가 잘했다고도 잘못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아직은 시기상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