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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으로 효도한다]팔순 노모 백신 접종기 "딸아 고맙다"

“백신 한번 맞기 어렵네”
상황은 고생, 민심은 상생
김은정 기자
몽고메리카운티에 거주하는 A씨는 하워드카운티에 거주하는 팔순 가까이되는 노모의 백신 접종을 위해 30일 오후를 거의 다 바깥에서 소비했다.

평소에도 자주 오가던 길이어서 하워드 커뮤니티 칼리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캠퍼스 내 진입부터 긴 줄서기가 시작된 것이다. 체육관은 히코리 릿지 로드에서 더 가깝지만 교통 통제 때문에 리틀 퍼턱썬트 로드에서만 진입이 가능했고, 체육관 근처 파킹장은 자리가 없어 조금 떨어진 건물에 주차하고 걸어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차량 통제 요원도 주차 가능 구역에 대한 쓸모있는 정보는 갖고 있지 않았다.
주차 후 마주친 것은 길게 늘어선 대기 줄. 1시에 캠퍼스에 도착했음에도 4시에 접종을 마쳤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A씨 노모의 예약 시간은 오후 4시 15분이었지만, 실제 접종은 5시 45분에야 가능했다. 1시간 이상 추운 바깥에서 줄 서 기다렸다.
먼저 접종을 마친 사람 중 집에서 담요나 핫팩 등을 가져와 나눠주는 등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그나마 위로가 됐다.

A씨는 “온라인 사전 등록을 하고 예약 링크를 받아서 시간을 정했는데, 접속자가 여럿이었는지 한 번에 성공하진 못했다. 선택할 수 있는 칸이었는데, 클릭하는 순간 예약이 찼다는 메세지가 떠서 원래 예약하려던 2시경보다 한참 나중인 4시 15분으로 겨우 잡았다”라고 말했다.
예약 후 ‘하워드 카운티에 사는 75세 이상’을 확인하는 안내 이메일을 10통 가까이 받았다. 그 중 ‘예약 취소’라는 단어 때문에 전화 문의까지 했다. 결국 보건국에 예약이 유효하다는 확인을 한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지만, 이 ‘확인’을 위해서 꼬박 하루가 소요됐다. 담당자와 실시간 통화는 불가능하고 문의를 접수한 후 응답 전화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주차 공간 찾기와 바깥에서 줄서기가 고생스러웠지만, 건물 주변의 안내 봉사자들은 친절했다. 한국어가 가능한 봉사자를 만나기도 했다. 안내문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있어 좋았다.

접종 후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15분 대기 중 2차 접종 일을 예약했는데, 스마트폰이 필요했다. 이 과정은 영어 안내만 제공받았다.
A씨는 “거리 두기 때문에 건물 안에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추운 바깥에 어르신들이 서서 너무 많이 고생하셨다. 그리고, 사전 등록이나 2차 접종일 예약 등 컴퓨터,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접종 당사자에게서는 별다른 이상 반응이 없었다. 근육통이나 다른 불편함엔 통증 완화제를 복용하라는 조언을 받은 후 귀가했다.
A씨는 3주 후 2월 20일로 잡힌 2차 접종 때는 또 얼마나 추울지, 밖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할지 염려가 되는 것을 빼면 대체로 무난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