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 성공 후 프랑스 극우진영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치 2021년 미국 대선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진영에서 벌어진 양상과 유사한 모습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겨룬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24일 밤 결선투표 결과 발표 직후 TV 연설에서 승복 의사를 명백히 밝혔지만 부정선거 음모론은 계속 확산하고 있다.
대선을 훔치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음모론은 3월 초부터 극우 진영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트럼프 진영의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운동 성격을 띠면서 이제는 1차 투표에서 떨어진 일부 대선 후보들도 동참하고 있다.
FP는 프랑스 역사에서 ‘선거의 무결성’이 의심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며 이에 대한 공격이 고조되는 것은 프랑스 민주주의 제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대선에서도 부정선거 뒷말이 있었지만 일부 후보의 선거자금 불법사용에 관한 것이었지 투표의 정당성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의 3월 14일 조사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와 결선투표가 ‘조작될 수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14%였다. 르펜 후보 지지자와 또 다른 극우 후보인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 지지자 중 이런 응답은 30%와 29%나 됐다. 반면에 마크롱 후부 지지자는 7%,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 지지자
는 18%가 ‘조작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선거가 합법적으로 치러질 것으로 확신한다는 답은 절반을 가까스로 넘겼고 31%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음모론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마크롱 대통령과 언론이 공모해 선거운동 규칙을 다른 후보들에게 불리하도록 변경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트럼프 진영의 ‘도둑질을 멈춰라’처럼 선거 사기로 결과가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1차 투표에서 낙선한 후보 다수는 주로 첫 번째 주장을 지지한다. 제무르 후보는 10일 1차 투표 훨씬 전, 한 집회에서 “그들이 선거를 도둑질하려 하고 있다. 그들은 르펜과 마크롱의 대결을 원하며 이를 위해 모든 것이 조작될 것”이라고 말해 음모론의 씨앗을 뿌렸다.
우파 공화당(LR)의 발레리 페크레스 후보도 “2017년 선거도 도둑맞았고 이번 선거도 마크롱 대통령이 훔치려 한다고 믿는다”며 “그들이 이번 선거를 훔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르펜 후보는 ‘훔쳤다’라거나 ‘조작됐다’는 단어를 사용하지않고 있으며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확립된 규범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는 국민연합의 과거 반체제적 이미지를 ‘존중할만한’ 극우 정당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FP는 프랑스 대선 음모론이 이전보다 힘을 얻고 있지만 르펜 후보를 포함해 어떤 후보도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 상황이 미국과 달라 트럼프 진영의 ‘도둑질을 멈춰라’ 운동이나 의사당 폭동처럼 확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프랑스는 총 기류 관리가 매우 엄격해 폭력 사태에 필요한 무기류를 손에 넣기 어렵고 극단주의 단체와 참전용사의 결합처럼 미국에서 음모론이 증폭되고 폭력 사태로 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요인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선거부정 담론은 그대로 수그러들지 않고 6월 차기 총리와 함께 국회 다수당을 결정하게 될 국회의원총선에서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에 불만이 큰 극우와 극좌 진영 모두 이번 총선을 ‘대선 3라운드’로 보고 있으며 프랑스 총선 구조상 정당들의 의석수가 득표율과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선거 음모론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FP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