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퇴임하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차기 대권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정작 공화당 내에서는 부정적 전망만 떠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3일 사전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호건 주지사가 이날 저녁 캘리포니아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 초청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벗어나지 못하는 공화당 노선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CNN은 그가 연설에서 “지난 8번의 대선 중 7번을 패배하고, 심지어 조 바이든조차 꺾지 못한 당은 궤도 수정이 절실하다”며 “지난 대선은 도둑질 당하지 않았다. 우리는 단지 다수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호건 주지사는 1월 6일 의회난입 사태를 ‘민주주의에 대한 충격적인 공격’으로 규탄하며, 이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잘못된 선동 때문이라고 비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NN은 주지사 재선에 성공한 뒤 공화당 ‘잠룡’으로 분류되는 호건 주지사가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자신의 정견을 앞세워 대권 행보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에 대해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은 “좌파 언론인 CNN의 트럼프 흠집내기 일환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공화당내 역학관계에서 호건 주지사는 반트럼프 파로 분류되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밋 롬니 전 대선후보, 리즈 체이니 의원보다도 지명도가 낮다는 것이 워싱턴 지역 공화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난 2월말 미국보수행동위원회 전국대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59%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30%, 마이크 폼페오 전 국무장관이 2%의 지지율을 이끌었다. 이밖에 펜스전 부통령과 테드 크루즈 텍사스 주지사,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의 지지율이 약 1%로 나타났고, 래리 호건 주지사는 0%를 받았다.
공화당 관계자들은 지난 대선결과와 관련 ‘부정선거’였다는 생각을 가진 트럼프 지지성향의 공화당원들이 아직까지 절반을 차지하는 가운데, 래리 호건 주지사가 차기 공화당 대권 후보로 당선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공화당 내 트럼프 세력의 약화를 원하는 민주당지지자들이 호건 주지사의 선전을 바랄 뿐이라고 일축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