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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문제로 갈린 미국사회 워싱턴 한인들은 대체로 "낙태 찬성 입장"

박세용 기자, 진예영 인턴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4일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판결을 공식 폐기한 가운데, 논란은 미국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BBC에 따르면 한 임신중단 반대 운동가는 "생명권을 지킨다는 것은 낙태를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환호한 반면, 미국 성인 과반수 이상은 낙태의 합법화를 지지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0%가 대부분 혹은 모든 경우에 낙태가 합법화되어야한다고 동의하는 등 대법원의 판결이 일반 국민들의 의견과 불일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판결은 워싱턴 지역에 사는 한인들에게 또한 논쟁거리다. 본보는 27일 한인들의 '낙태법 폐기'에 관한 입장을 취재해 정리했다. 취재결과, 비교적 낙태에 대해서 관용적인 대한민국의 문화적 특성상,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받아드리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결혼 했으나 아직 자녀가 없다고 밝힌 한인여성 A씨(20대, 페어팩스 거주)는 "임신과 출산은 한 사람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성의 낙태에 대한 결정권이 지켜져야한다"며 반대의견을 표했다. 그녀는 "21세기 세계 최고 국가라고 불리는 미국 대법원의 결정이라고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반면 두 자녀를 가지고 있는 한인여성 B씨(50대, 리스버그 거주)는 "태아도 생명이기 때문에 어떤 권리로도 침범 당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의 결정에 찬성을 표했다. 한인 여성들은 대체로 낙태에 찬성이라는 반응이었으나, 50대 이후에는 종교적 입장에 따라 반대 목소리도 존재했다.
여성들과 달리 한인 남성들의 낙태문제에 관한 입장은 나이와 상관없이 종교관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모(40대, 맥클린 거주) 씨는 "기독교인으로서 근본적으로 낙태는 죄라고 생각한다"면서 "숨쉬고 엄마와 감정적 교류하는 태아를 살해하는 것을 법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전 모(40대, 락빌 거주)씨는 "한국에서는 거리낌 없이 행해지는 낙태가 미국에서 이렇게 문제가 되는 이슈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김 모(30대, 페어팩스 거주)씨도 "도덕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판단하지만 산모와 가족들의 개인적인 상황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에서 특히 낙태 문제는 대표적인 정치적 쟁점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성향 유권자는 대체로 낙태를 찬성하기 반면 공화당 성향 유권자는 낙태 합법화를 저지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메릴랜드 유권자들은 1992년 태아가 생존하기 전 또는 특정 조건 하에 언제든지 낙태할 권리를 국가가 간섭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민투표를 승인한 바 있고 래리 호건 주지사는 지난 금요일 "1992년 국민투표에 따라 주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버지니아 주지사 글렌 영킨은 지난 24일 그의 사무실에서 "임신 15주 이후 대부분의 낙태 금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선 "강간, 근친상간 또는 생명이 위험에 처한 경우 예외를 두겠다"고 말했다.